한약의 균형과 안정성이 건강을 말한다
한약의 균형과 안정성이 건강을 말한다
기사입력 2008-10-14
문명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주변 것들도 상당한 변화를 거듭했다. 의복, 음식, 주택, 언어, 도구, 제도, 사고방식 등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지금도 변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인간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일하며 사랑하고 이별하고 병들고 죽는 것들이 그것이다. 이처럼 외피는 변해도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은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음식을 예로 들어보자.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레시피와 도구는 변화될 수 있지만, 본질적인 주재료인 쌀과 밀은 몇 천년동안 인간과 함께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안정성'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한 물건이나 관습이 불안정하다면 인간은 끊임없이 이를 안정되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반대로 오랫동안 변화 없이 사용되어 오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만큼 안정성이 높다는 뜻이다. 음식에 있어서 가장 안정성이 높은 것은 밥과 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원리는 약에도 대입될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사용되어지는 약이 있다면 그만큼 확실한 효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 될 수 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만물은 음양과 오행의 조화에서 생성, 변화한다고 볼 수 있다. 제각기 타고난 기운이 균형을 이루면 건강한 것이고, 그 균형이 깨지면 질병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한의학적 관점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식물도 음양오행의 기운을 지니고 있는데, 다만 그 성질이 사람의 것과는 달리 한쪽으로 많이 편중되어 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질병의 원인, 즉 균형의 깨짐이 발생될 때 인간은 동식물의 특정 부위의 특별한 성질을 취함으로써 흐트러진 균형을 바로 잡는다.
그렇다면 화학실험이나 약리실험이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어떻게 이런 특징을 파악해 낸 것일까?
한의학에서는 약재를 구분할 때 사성(四性)과 오미(五味)로 구분한다. 사성이란 약재의 성질이 차고, 서늘하고, 따뜻하고, 뜨겁고를 가리는 것이고 오미란 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짬을 구별하는 것으로 음양과 오행의 원리에서 비롯된 이론이다. 여기에 약재의 사용부위, 생김새, 색깔, 냄새, 중량감, 윤택함, 메마름, 딱딱함, 생육환경과 채취시기 등을 고려하여 약재의 성질을 파악하는 것이 한의학적 접근방법이다.
반면, 양약은 유효한 물질을 합성 또는 추출하는 방법을 통해 치료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효과적인 면에서 빠르고 복용법이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부작용도 많고 장기간 복용했을 때 처음의 효과를 볼 수 없다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또한 합성과 추출을 통해 만들어진 양약은 천연약물의 효과를 완벽하게 전달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인삼이라는 약재의 주된 성분인 사포닌을 추출해 장기적으로 투여한다고 하여, 환자가 인삼을 복용했을 때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 때문에 최근에는 안전성과 치료효과가 높은 천연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쪽으로 의학계의 관심이 바뀌고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천연물을 이용해 약제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이 다 한약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약이란, 한의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조제하고 투여하여 그 치료 효과가 한의학적 이론으로 설명되어 지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보면 우리가 흔히 민간요법으로 생약을 복용하는 것은 한약이 아닌 양약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한약의 효능과 성분을 오늘날 현대 과학으로 완벽하게 분석해 내기란 불가능하다. 두 가지 이상의 한약재가 동시에 달여질 때, 제2, 제3의 새로운 성분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각 양물의 본래 성분보다 오히려 합쳐진 성분에 의해 그 효과가 증폭된다고 볼 수 있다. 양약은 일면에 적용되는 단일선분의 치료약을 모색하는 반면, 한약은 통합된 기체에 전범위적으로 적용되는 복합성분을 사용한다는 면에서 볼 때, 이 둘은 참 대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의 정의를 ‘단순히 몸에 질병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영적으로 건전한 상태를 의미한다’라고 말한다. 해부와 생리를 중심으로 발달한 서양의학은 세포를 기본단위로 하여 세포의 상태가 정상이면 건강하고 그렇지 않으면 병이라고 판단한다. 한의학에서는 기(氣)를 기본단위로 하여 기의 기능이 정상이면 건강하고 그렇지 않으면 건강하지 못하다고 본다.
기(氣)라는 것은 우리 몸 안에서 항상성을 유지하고 생명현상을 지켜 나가는 에너지인 것이다. 기의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명현상의 기본이 되는 것인 먹는 것, 입는 것, 움직이는 것, 숨 쉬는 것, 자는 것 등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기의 조화와 균형이 깨지고 이는 곧바로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기가 건강하게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1단계, 기의 부조화 상태를 2단계, 기질적 변화의 상태를 3단계라고 본다면, 서양의학에서는 3단계를 질병으로 보는데 반해 한의학에서는 2단계를 이미 질병의 상태라고 인식한다. 따라서 2단계에 진입하면 운동, 침(針), 한약 등을 이용하여 기의 조화를 회복시키는 치료에 들어간다. 쉬운 예로, 질병의 발생과정을 집안의 가스관으로 비유한다면 새로 설치한 파이프는 깨끗하고 튼튼한 상태이면 1단계인 것이요, 시간이 조금 지나 관리가 소홀해져 녹이 나고 작은 구멍이 생긴다면 2단계, 가스가 새고 화재, 폭발의 위험에 이르면 3단계로 볼 수 있다. 이런 것으로 볼 때 2단계에서 주의를 하여 3단계에 이르지 못하게 함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듯 한의학에서 ‘질병을 치료한다’는 개념은 ‘건강을 지킨다’는 근본적인 입장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글 ┃ 서울편강세한의원(www.gangse.co.kr) 하충효 원장
[출처] 한약의 균형과 안정성이 건강을 말한다 |작성자 홍익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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