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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신비 | 상상할 줄 아는 뇌, 뇌섹남을 만들다

한스타일 | 2015.07.24 22:10 | 조회 1953 | 추천 0

인체의 신비 | 상상할 줄 아는 뇌, 뇌섹남을 만들다


뇌는 생명유지를 위한 컨트롤 타워


요즘은 잘생긴 남자도 근육질의 남자도 아닌 ‘뇌섹남’이 대세다. 뇌가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인 뇌섹남은 확고한 자신의 색깔로 잘못된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남자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고 한다. 뇌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 시각은 복잡한 미지의 세계로 가득 차 있는 신비로운 영역이라는 관념과 통해 있다. 인종과 성별 등만 다를 뿐 모두가 같은 모습의 인체 구조를 바탕으로 한 채, 머리 속에 숨어있는 뇌의 정체를 그려보고 분석하느라 열심인 모양새다. 
뇌의 영역으로 본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아무래도 이 모습은 섹시하곤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인류학자들은 직립보행을 하고 손을 사용하게 되면서 뇌가 급속도로 발달했다고 하는데 손이 다른 부위보다 매우 큰 것을 보면 확실히 근거가 있는 주장인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발성에 관계하는 부분이 크다. 혀, 입술, 얼굴근육 등 메세지를 주고 받는 의사소통에 필요한 감각운동기관을 담당하는 뇌부위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뇌는 생명유지를 위한 컨트롤 타워의 중요한 역할도 하지만, 이는 다른 고등동물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생각을 표현하는 저 커다란 입과 혀와 관련이 깊은 듯하다. 

머릿속에 우주가 들어있다


독자 여러분은 이 글을 읽는 동시에 활자에서 의미를 끄집어내고 기억과 추론을 통해 정보를 분석했다.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정보처리시스템인 두뇌는 매순간 이런 기적을 행하기 위해 길이가 몇백 킬로미터나 되는 회로로 전기를 보낸다. 이 회로를 이루는 작은 세포를 뉴런neuron이라 부르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이런 기적을 행하고 있는 뉴런은 수천 개가 모여도 이 문장 끝의 마침표보다 작다.

우리 은하의 별의 숫자는 약 1천억 개, 상상하기 힘든 숫자이다. 그런데 인간은 머릿속에 이 큰 수를 품고 있다. 거기다 뉴런의 시녀(?) 역할을 하는 교세포까지 포함한다면 뇌세포의 수는 자그마치 1조 개나 된다. 머릿속에 우주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뇌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즉 시냅스synapse다. 뇌의 가장 바깥쪽에 해당되는 신피질에는 약 2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평균 7000개씩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있으니, 대뇌 전체로 보면 약 150조 개의 시냅스가 있다.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위인 해마의 신경세포는 적어도 25,000개의 시냅스를 이룬다고 하니, 계산이 서질 않는다. 만약 뉴런 사이의 신경전달 과정이 한 개의 전구를 ‘딸칵’ 켠 것이라 가정한다면, 아마 우리 뇌는 저 은하의 중심만큼이나 밝고 환한 빛을 내고 있을 거라고 상상해 본다.

뇌의 100% 사용은 가능한가


뇌의 신비를 밝히는 분야를 뇌과학(Neuroscience)이라고 한다. 물론 의학과 심리학, 여러 응용과학분야에서도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고, 인류의 마지막 탐구영역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뇌는 낯선 자극이 들어오거나 새로운 것을 익힐 때 많은 부분이 활성화된다. 기능성 자기공명촬영(functional-MRI)으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특정 과업을 처리할 때 뇌에서 혈류량이 많은 곳, 즉 산소의 소비가 많은 곳을 추적해 영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뇌는 같은 실험을 반복할수록 활성화되는 범위가 줄어들고 어떤 특정 영역으로 고정된다. 이는 뇌가 학습을 거듭할수록 점차 자동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뇌를 100% 사용하지 않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효율성의 문제다. 결국 현실적 삶이 직면해 있는 문명과 환경의 카테고리 속에서, 인간의 뇌는 스스로를 규정짓고 적응하며 생존해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뇌는 한번에 전체 뉴런의 2% 이상을 동시에 활용하지 못하는데, 그 이상을 쓰면 몸속에서 공급되는 포도당을 너무나 빨리 소진해 버려서 실신하고 만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말이다. 아마도 인간 뇌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부각하고자 한 것이 오해를 불러온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한순간에 뇌를 100% 쓰는 것은 SF의 소재는 되겠지만 실제 필요성과 가능성은 좀 더 고민해볼 문제다. 어쩌면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면 영화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란 법은 없으니까, 어쨌든 뇌는 아직 신비의 영역이다.

인간의 뇌가 위대한 이유


그럼 사람의 뇌가 다른 동물의 그것과 다른 절대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선학들이 쌓은 연구를 등에 업고 겁 없이 단언한다면 그것은 단연코 ‘상징추론’ 능력이라 말할 수 있다. 말하고 쓰는 능력, 수학적으로 추론하는 능력 이 모든 것은 상징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경험과 이성을 토대로 쌓은 지식의 유산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것도 이 상징추론 능력 덕분이다. 존 메디나는 ‘상징추론과 문화를 생성하는 능력 사이에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지적인 과정이 존재한다, 지구상에 인간 말고는 어떤 생물도 그런 능력이 없다.’고 단언했다. 

원방각의 추상적인 도형으로 천지인의 깨달음을 후세에 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그것을 보고 하늘의 의미를 떠올리거나 땅의 정신을 이해하는 능력, 이보다 더 위대한 뇌의 기능이 있을까? 상상할 수 있는 뇌, 그렇기 때문에라도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를 수밖에 없고, 영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말초적 자극에 환호하는 뇌보다는 이런 영적인 뇌, 깨달음의 뇌가 훨씬 더 섹시하다. 논리정연하고 유머러스한 달변가보다 어눌하더라도 깨달음의 한마디를 진심으로 전할 줄 아는 그 사람이 더 섹시하다. 

거시적 근본을 향한 진리탐구


“어떤 뇌세포가 파괴되었으니 어떤 장애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근본, 어떤 뇌신경이 마비가 되었으니 어떤 음소의 발음이 어려울 것이라는 근본, 이런 미시적 근본을 넘어서서 늘 한 방향으로 목적을 같이하는 거시적 근본을 나는 오늘 꿈꾼다.” 작고하신 대학 은사님의 책 서문의 일부이다. 한 학생이 “왜 이 어려운 용어와 평생 쓰이지도 않을지 모르는 뼈 한 조각의 이름을 외워야 합니까” 라고 물으니, 이와 같이 답하셨다. “근본을 알기 위해서.” 

필자는 이 거시적 근본이 학문의 범위를 넘은 그곳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뇌과학이 그토록 인간 뇌의 신비를 밝히려는 이유는 인간의 존재 이유, 삶의 가치를 알고자 하는 진리탐구와 그 궤를 같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과학은 좀더 종교와 가까워지고, 종교는 좀더 과학과 친근해질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 뇌가 꼭 그 모양으로 생겨먹었다. 생긴 대로 산다는 말에서 앞에 ‘뇌가’ 생긴 대로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한데,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가 뇌량이라는 가교로 연결되어 있다. 완전히 분리된 이성의 뇌와 감성의 뇌 사이에 다리가 놓인 꼴이다. 다음 호에는 좌뇌와 우뇌의 차이가 지어내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한번 알아보자. (정리 / 이재국) 

또 하나의 뇌, 집단지성 인터넷

이번 기사를 쓰기 위해 고향에 내려가 먼지가 소복이 쌓인 연구자료를 찾았다. 당시에는 참 구하기 어려웠던 원서와 거금의 학비를 들여 배웠던 것들이었기에 보물단지가 되어줄 거라고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웬걸,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다. 10년 전 보물처럼 모은 정보의 양이란 것은 빅데이터 시대의 지금에 비하면 그야말로 벼룩의 발가락에 낀 때보다 작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허무함만 느꼈다. 인터넷은 70억 인류의 공통 브레인이다. 이제 몇 개의 키워드만으로도 필요한 ‘정보’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는 “지식권력이 더 이상 대학에 있지 않다. 정보가 부족한 시대가 아니다, 다양한 방식의 편집이 가능한 지식편집의 시대다.”고 했다. 오! 이런 뇌섹남 같으니, 이런 지적 통찰을 쏟아낼 줄 아는 뇌가 너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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