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의보감으로 돌아가자
동의보감으로 돌아가자
해외 의료봉사를 다니다보면 한의학의 경쟁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침 한 방으로 순식간에 오랜 지병을 날려버리는 침술의 효능에 외국인 환자들은 놀라다 못해 신비감까지 드러낸다. 특히 관절염이나 디스크, 중풍, 오십견, 만성두통 등을 앓다 한의술을 체험한 환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코리안 넘버원’을 외친다. 러시아를 비롯해 몇몇 나라에서는 아예 한의학을 공식 의술로 채택하겠다며 유학생을 받아달라고 간청하기도 한다.
이런 한의학이 정작 우리 땅에서는 별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의료분야를 육성한다고 하지만 한의학에는 비중을 두지 않는 듯하다. 이는 양방과 당국으로부터 배척을 받고 소외 당하는 한방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동의보감이라는 훌륭한 자산을 갖고도 한의학이 중국 의학에 밀리고, 심지어 한국에도 침이 있느냐는 반문까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한의학계 내부에서도 반성할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중국의학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고, 정통 침술 공부를 게을리함으로써 경쟁력을 스스로 해치고 있다. 전문 지식도 없는 사람들이 마케팅을 앞세워 효능이 입증되지 않고 근거도 미약한 각종 건강요법, 대체요법, 지압, 찜질, 마사지 등을 한방의 전부인 것처럼 포장해 의료시장을 위협해도 속수무책이다. 이런 현실은 동의보감이라는 불후의 원전을 경시하고 한의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뒷전으로 한 채 양방 의료장비에 의존해 양진한치(洋診韓治)식의 진료에 매달리는 한의학계의 무사안일에 근본 원인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정부차원의 정책 배려 부족으로 과학화, 객관화, 표준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한방은 경험에 의존한 주관적이고 뜬구름 잡는 식의 변방의학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세계화의 주력 상품으로 내놓아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한의학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한의학을 세계에 내놓았을 때 인정받으려면 확실한 치료 효과뿐 아니라 객관화되고 표준화된 진료 매뉴얼과 함께 충분한 임상 데이터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동의보감 연구가 필수적이다. 한의학적으로 병을 진단하고 침과 한약을 통해 치료하는 과정에서 모든 주관을 배제하고 가장 객관적인 매뉴얼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동의보감의 내용에 충실하면 된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들을 ‘진단 로드 맵’에 입력해 이를 따라가면 거의 완전한 진단과 치료 방법이 결정된다. 이런 치료절차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도 구현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원격 치료가 가능해진다.
한의학 육성을 주도할 국가기관 및 연구시설 설립과 함께 한의학의 세계화를 지원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논의가 폭넓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내에서 우수한 인력들이 침과 한약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초 및 임상분야에 탁월한 실력을 갖춘 인재들을 유치하고, 치료기술을 객관화하고 치료 방법을 표준화해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의학은 어설픈 동서의학 결합으로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아픈 부위나 증상에 일일이 대응하는 중국식 대증치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병인을 밝혀 그것을 제거함으로써 인체를 정상으로 돌리는 치료는 동의보감을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
한의학의 세계화만 이뤄지면 국부를 키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얼마든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 여겨진다.
〈김광호/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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