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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세계화 외치며 ‘고유명사 브랜딩’은 뒷전

한스타일 | 2015.07.25 11:50 | 조회 1200 | 추천 0

[강우성 칼럼] 한식세계화 외치며 ‘고유명사 브랜딩’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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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1-28 00:01:00 | 수정 : 2013-01-17 16: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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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의 ‘한식 세계화’ 열풍은 실로 대단했다. 아시아에서는 한류 스타들을 앞세워 성대한 행사를 펼치며 한식을 알렸고, 세계의 수도라는 이곳 뉴욕에서도 ‘모바일 한식 트럭’, ‘무료 한식 도시락 배달 이벤트’등 다양한 체험형 행사를 열었다. 이와 더불어 세계적 요리사들을 초청, 한식을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하기도 하였으며, UN에서는 한식을 주제로 만찬을 열기도 하였다. 또 세계적 관광명소인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는 작년과 올해 연속으로 ‘Korea Day'를 기획, 수천 명의 현지인들 앞에서 한식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의 장을 펼치기도 하였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몇 년 전만해도 한인들이 주를 이뤘던 한식당에는 외국인들의 비율이 늘고 있고, 월가에 자리를 잡은 한식과 타코의 퓨전 푸드 트럭 앞에는 점심시간이면 주식시장의 촉각을 다투는 뱅커들도 30분 이상을 기다려서 먹고 간다고 한다. 

“세계인 입맛 사로잡은 한식 열풍”같은 자가발전식 보도 자제해야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이러한 현상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하지만 아직도 큰 물결이 되기에는 부족함을 직시해야 한다. 

오히려, 비빔밥을 맛스럽게 비벼대는 외국인의 모습, 갈비를 쌈에 싸서 한 입에 넣는 몇몇 외국인의 모습을 집중 조명하여 비춰주는 언론의 보도를 통해 마치 한식의 세계화는 벌써 이루어진지 오래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인기 메뉴가 된 것 같은 잘못된 착각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이러한 이유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련의 한식홍보 노력들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 자세는 견지하되,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브랜드로서의 ‘한식‘, 어디까지 왔나?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한식’이라는 상품을 브랜드로서 관리하고 마케팅하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 수립 및 모니터링이다. 그렇다면 첫째로 브랜딩의 필수 요소인 “제품명”의 중요성을 빼 놓을 수가 없다. 

‘아이폰’, ‘갤럭시 탭’과 같이, 모든 제품에는 고유한 제품명이 있고, 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이름을 소비자의 뇌리에 깊이 각인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고유한 제품명은 커뮤니케이션에 소비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이는 곧 인지도 상승 및 차별화 전략의 필수 요소가 된다. 

“3.5인치 화면에 터치가 가능하며, 음악 및 멀티미디어 재생이 가능한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전화기”라는 설명을 일일이 하는 것보다, “아이폰” 이라는 제품명을 사용함으로서 불필요한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한식은 거꾸로 가고 있다. 아직도 상당수의 해외 한식당은 고유 명사 브랜딩의 중요성을 망각한 채, 단지 외국인들을 쉽게 이해시키겠다는 목적으로 한식 본래의 이름은 빼놓고, 영문 설명문구만으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빔밥을, 'Bibimbap'이 아닌 'Korean Style Beef and Salad Bowl (한국식 소고기와 샐러드 밥)'으로, 잡채를 'Japche'가 아닌 'Clear Noodle Pasta (투명한 파스타)'로 판매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한식당에서는 육개장을 'Mongolian Hot Pot (몽고식 스튜)'으로 소개해 정체성마저 훼손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한식당을 찾는 외국인들은 수수께끼 같은 메뉴판 해독(?)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무엇보다 음식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자생적인 ‘입소문 마케팅’이 전혀 이루어 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한식당 뿐만이 아니다. 전세계에 수출하는 일부 기업들조차 식혜를 'Rice Nectar'로, 수정과를 'Cinnamon Punch'라고만 적고 있을 뿐이다.

한식 먹기 위해 일식당을 찾는 외국인들……. 이유는? 

우리가 이토록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사항을 방치하고 있는 동안, 한식의 상품성을 포착, 자국화 하려는 일본의 잰걸음은 예사롭지 않다. 일례로, 전 세계에 700여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뉴욕의 한 야키니쿠(燒肉) 전문점을 들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특히나 인기가 많은 이 곳에서, 'Japanese Restaurant'라고 크게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 메뉴판을 펼쳐보면 절반 이상이 한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루비', '쟈푸채', '쿠파(국밥)'등으로 그들의 방식으로 한식을 개명하여 주력 메뉴로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왔다. 한식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외국인들이 이곳에서 처음으로 한식을 접한 뒤 일식으로 착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이로 인해 한식을 먹기 위해 일식당을 찾는 웃지 못 할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유명사 브랜딩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 및 계획 있어야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고자, 필자는 작년에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들과 함께 고유명사와 영문 설명을 병기 표기하는 캠페인인 ‘고추장 프로젝트’ (고유명사 브랜드화 추진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국내 굴지의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고추장의 표기를 'Korean Style Hot Pepper Paste'에서 'Gochujang - Korean Style Hot Pepper Paste'로 병기토록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 초에는 뉴욕대학교 대학원 한인 학생회를 주축으로 뉴욕 맨해튼 내의 한식당들의 메뉴판 표기 실태에 대해 조사하고, 개선 사항을 제안하는 ‘메뉴판 정비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여름에는 한국의 방송에 출연, 고유명사 브랜딩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역설하였다. 그러나 매우 애석하게도, 이토록 많은 이들의 노력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차원에서의 개선 노력이 부족하기만 해 안타까운 심정이다. 

실제로 한식 홍보의 첨병 역할을 하는 많은 해외 한식당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설명을 하면 크게 공감을 하고 개선해야 마땅하다고 입을 모으나, 영세업소들이 자비를 들여가며 메뉴판을 다시 만드는 것은 부담이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해결하기 쉬운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정부차원에서의 계몽 운동을 통해 고유명사 브랜딩의 중요성을 알리고, 둘째로 표기법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필자는 정부에서 표기법 가이드라인을 준비해 놓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과정인 실행과 모니터링이 거의 이루어 지지 않다는 점에서 크게 한탄하고 있다. 

이것은 몇몇 네티즌들이나 유학생들의 힘으로 개선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비싼 몸값의 한류 스타들을 모아놓고 시끌벅적하고 화려하게 치장한 행사를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중 일부만 투자해도 큰 도움이 될 사항이다. 


막걸리가 아닌 ‘맛코리’를 마시기 위해 이자카야를 찾는 외국인들의 무지를 탓하지 말자. 막걸리를 ‘니고리 사케’라 표기하여 당당히 수출하는 한국 기업도 있었으니까. 또 이러한 개선 요구를 정식으로 접수했던 정부 기관에서도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돌아왔을 뿐, 지금까지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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