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중국인의 한국 드라마(한드) 사랑을 막을 수 없다’.
국내에선 익숙한 레퍼토리이겠지만 세계인들까지 중국에서 부는 한류(韓流) 열풍에 주목하고 나섰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1일자 지면의 ‘중국인들이 멀리서 온 연인과 사랑에 빠지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에서 식지 않는 한류 콘텐트 인기 현상을 분석했다.
신문은 지난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한류가 중국 전역으로 번졌다고 분석했다. ‘별그대’ 이후 한국 콘텐트의 가격은 10배 가까이 뛰었다. ‘별그대’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가 좋아하는 치맥(치킨과 맥주)은 중국인들이 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유행이 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은 남자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분)을 두고 “젊은 시절 시 주석과 닮았다”고까지 언급했다.
온라인 영상 서비스 사이트 ‘여우쿠(優酷)’의 해외 콘텐트 담당자인 매기 슝은 “첫 방송 이후 현재까지 25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별그대’ 덕에 한국 콘텐트는 중국에서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동영상 사이트 ‘소후(搜狐)’의 한국 콘텐트 전략 책임자 그레이스 관은 “’별그대’는 1990년대 전세계적으로 히트한 미국 시트콤 ‘프렌즈’ 같이 특별한 드라마”라고 평했다.
한드의 인기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도입한 해외 드라마 규제에도 변함없다. 중국산 드라마의 30%로 해외 드라마의 인터넷 방영 분량을 규제하고, 사전 심사제도까지 도입했지만 한드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신문은 또 ‘런닝맨’이나 ‘아빠 어디가’ 같은 예능 프로그램 포맷도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류 콘텐트의 중국 내 인기 비결은 뭘까. 신문은 ‘디테일’과 ‘포장 능력’을 들었다. 한드는 같은 사랑 이야기라도 디테일이 살아 있어 실화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중국 드라마보다 대본이나 촬영세트ㆍ소품ㆍ배경 등에 더 많은 예산을 쓴다고 분석했다.
한국 연예산업 분석가 판샤오징은 “한국의 콘텐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디테일 덕분”이라며 “중국은 그런 사랑 이야기를 표현해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동양 문화권이라는 점도 한드의 인기 요인이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왕좌의 게임’이나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미드(미국 드라마)보다 ‘신데렐라 스토리’류의 사랑 이야기가 중국인들의 감성에 더 맞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의 국제업무 책임자 소피 위는 “한국과 중국은 같은 문화와 사회적 가치를 공유한다”며 “한국 콘텐트는 중국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NYT는 또 ‘생방송 촬영’과 ‘쪽대본’으로 폄하되는 한드의 열악한 제작 현실이 오히려 중국인들이 한드를 선호하게 만드는 이유라고까지 진단했다. NYT는 “한국 드라마는 촬영된 직후에 방송되기 때문에 드라마 작가와 감독이 시청자들의 반응과 요청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사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남자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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