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세종대왕의 파리 데뷔
음악가 세종대왕의 파리 데뷔
동아일보
입력 2015-07-25 03:00:00 수정 2015-07-25 03:00:00
전인평 중앙대 예술대 명예교수
1449년 12월, 세종대왕은 그동안 중국에서 수입하여 사용하던 편경의 국산화에 성공하고 그 시연회를 참관하는 중이었다. 박연이 그동안 공들여 만든 악기를 공개하는 날이다. 편경은 기역(ㄱ) 자 모양으로 깎은 돌 16개를 매달아 만든 악기이다. 찬찬히 음악을 듣던 세종이 박연에게 물었다.“16개 중 9번째 음이 높으니 무슨 까닭인가?”
박연이 황급히 살펴보고 아뢴다.
“돌에 먹줄이 남아 있습니다. 석공이 미처 다 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종대왕은 이처럼 돌에 그은 먹줄을 다 갈지 않아 음이 맞지 않는 것을 알아채는 섬세한 귀의 소유자였다. 음악대학 입학시험에 ‘청음’이라는 시험 과목이 있는데 세종은 오늘날 음악대학 입학시험을 보아도 거뜬히 합격할 수 있는 음악성을 가진 분이었다.
이렇게 만든 음악은 원래 궁중 행사와 외국 사신 접대 시 연주했으나, 세조 때부터 종묘의 제사 음악으로 사용해 왔다. 이 음악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이며, 2001년에는 유네스코에서 세계무형문화 걸작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이 종묘제례악을 2010년 프랑스 ‘라디오프랑스’에서 음반으로 제작 출시하였다. 이후 이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해 왔는데 이번에 공연이 성사됐다. 놀랍게도 한국에서 공연을 제의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요청하였다 한다.
이 음악을 프랑스 파리의 샤요 국립극장에서 9월 18일과 19일 이틀간 공연한다. 18일에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 개막작으로, 19일에는 샤요 극장의 ‘2015 시즌 개막작’으로 연주한다. 국립국악원 연주단 100여 명이 출연한다고 하니 엄청난 규모의 해외 나들이이다. 프랑스 주최 측에서는 2000명 규모의 유료 관객을 채우기 위하여 여러 가지로 치밀한 홍보를 하고 있다 한다.
“종묘제례악은 노래와 춤, 기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입니다.”
“이 음악은 오늘날까지 600년 넘게 지속적으로 연주해 왔습니다. 한 음악을 이토록 오랜 세월 계속 연주한 사례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진기한 기록입니다.”
프랑스 공연 준비를 위해 6월 11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오픈 리허설을 공개한 바 있는 국립국악원 김해숙 원장의 설명이다.
이 종묘제례악은 조선조 500년 동안 숭상해 왔던 예악 사상을 철저히 담고 있다. 이 음악에는 장중함과 엄숙함, 정갈함과 공손함, 그리고 조상을 향한 효의 정신과 조선조 선비들이 추구해 온 중용과 절제의 덕목이 물씬 녹아 있다.
종묘제례악 프랑스 연주회에는 음악 전공자나 한국음악 전문가만 오는 것이 아니다. 소박한 소시민들이 동쪽 먼 나라,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유명한 한국에서 온 귀한 음악이라는 소문을 듣고 많이 찾아올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음악회 전에 누군가가 나와 해설하는 것을 싫어한다. 음악회에서 연주하는 음악이 자신들이 평소 들어오던 익숙한 음악인데, 무슨 설명이 필요하냐는 식이다.
나는 음악회에 가기 전에 가급적 시간을 내어 늘 들어오던 음악이지만 몇 번 미리 들어본다. 왜냐하면 더 많이 즐기기 위해서이다. “음악은 아는 만큼 들린다.” 더 많이 알수록 더 많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공연이 파리 시민에게 한국의 전통 음악을 알리고, 또 한편으로는 예리한 청력의 소유자이며 새로운 ‘정간보’라는 기보법을 개발하고 직접 편곡 활동을 한 세종대왕의 탁월한 음악적 면모를 전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전인평 중앙대 예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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