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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대륙으로 가는 통로 카쉬가르

송화강 | 2015.08.02 17:49 | 조회 1977 | 추천 0

대륙으로 가는 통로 카쉬가르

수천 년 나라는 바뀌어도 민중의 삶은 그대로

 

카쉬가르의 귀족 여인 향비. 1760년, 22세 나이에 카쉬가르를 침략했던 청나라 장수에 붙잡혀 북경으로 끌려가다. 건륭 황제의 손길을 칼을 빼어들고 물리치며 구중궁궐 자금성에 갇혀 살다 목숨을 끊다. 건륭제 왕릉 옆에 묻힌 것을 후손들이 꽃상여에 싣고 카쉬가르로 이장. 지금은 위구르의 성녀. 


그 여인이 묻혀 있는 향비묘는 카쉬가르 한가운데에 있다. 오늘날도 중국 내 이슬람 시위가 열리면 어김없이 향비묘 앞으로 몰려든다. 


기원전 176년. 서역 강국 흉노의 왕 묵특선우가 한나라 효문제에게 친서를 보냈다.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하늘이 세운 흉노의 왕이 묻는다. 화친을 해줬더니, 알고 보니까 새빨간 거짓말이더라. 더 당하기 싫으면 화친을 택해라, 아니라면 두고 보자” 운운. 황제는 굴복했다. 이후 한나라는 흉노에게 매년 비단과 금은보화를 바치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운명은 역전돼 향비라는 비운의 여인이 탄생했는가 하면 중화인민공화국이 서면서 카쉬가르는 중국 땅이 됐다. 


카쉬가르에서 열흘 넘게 함께 했던 열차와 작별했다. 열차는 이제 왔던 길을 거슬러 북경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람들은 승무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나눴다. 우리는 중국 북쪽 변경의 가장 서쪽 도시에 닿은 것이다. 


카쉬가르는 국제도시다. 이곳에서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모든 산물이 모여 반대편으로 흩어지곤 한다. 말 그대로 대륙의 통로였다. 실크로드의 존재 이유가 ‘동서문물의 교역로’에 있다면 그런 의미에서 카쉬가르는 비단길 위의 숱한 도시 가운데 가장 실크로드적인 곳이다. 


도심 한가운데 국제시장에는 동으로는 한국과 일본, 서로는 우즈베키스탄 같은 중앙아시아에서 몰려온 상인들이 바글바글하다. 차양을 덮은 좁은 복도 양옆으로 별의 별 상품들이 걸려 있다. 말린 개구리와 뱀, 건포도, 향신료, 밍크가죽, 옷감, 장난감…. 간판은 아랍어와 러시아어, 그리고 중국어가 함께 적혀 있다. 칼을 파는 거리에서, ‘때때옷’을 입은 우리 관광객들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칼은 위구르의 대표적인 상품이다. 위구르 남정네들은 하나같이 허리춤에 단검을 차고 있다. 


골목에 전운이 감돌았다. 누군가가 가게에 들르자 칼을 허리에 찬 사내들이 손목을 휘어잡았다. 지혜의 왕 솔로몬이 있다면 “저 관광객을 반으로 갈라 나눠 가지라”라고 판결을 내릴 지도 모를 만치, 정말 반으로 갈라버릴 듯한 기세였다. 많은 사람들은 두 가게 칼잡이에게 각각 하나씩 칼을 사들고선 녹초가 된 채 시장을 빠져나왔다. 


중국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 에이티갈 모스크 앞에 버스가 멎자 사람들이 우리를 에워쌌다. 햇살을 즐기러 사원 앞에 몰려든 사람들이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사원 앞에 나와 햇볕을 쬔다. 기도시간이 되면 그들은 경건히 메카를 향해 절을 할 터이지만, 당장 눈 앞의 사람들 표정에는 곤궁한 현실이 잔뜩 묻어 있다. 누군가가 “10개 40위엔(약4000원)”이라며 내민 나비 머리핀을 나는 5분 흥정 끝에 10위엔을 주고 30개를 샀다. 그는 잠시 머뭇대더니 3개를 빼냈다. 현실은 그렇게 흥정까지 애처롭게 만들곤 했고, 한나라에 위풍당당하게 화친을 요구했던 서역인의 얼굴은 간 곳 없다. 


현실을 사는 서역 위구르인들은 모스크 옆 재래시장에서 하루를 살고 있다. 가이드가 물었다. “이게 뭘까요.” “담배 파이프”라는 대답에 주위에 있던 위구르인들이 기다렸다는 듯 깔깔 웃었다. 이름은 ‘슈멕(shumek)’, 용도는 남자아이 오줌 뉘는 대롱이라 했다. 뒤에서 주름 자글자글한 손 하나가 튀어들어오더니 대롱 주둥이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손주 고추 사이즈를 쟀다. 이번엔 우리들이 웃을 차례. 하마터면 집에 돌아와 자랑스레 곰방대를 삼을 뻔했다. 


국제시장과 바자르를 뒤로 하고 그들이 사는 마을 뒷골목으로 들어간다. 기웃거리는 나에게 향비의 딸 하나 다가와 사진을 찍어달라 한다. 순식간에 그녀는 씩 웃으며 골목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너머 빛줄기 속에 아낙네 하나가 물끄러미 허공을 바라본다. 


흉노의 징벌, 그리고 한족의 서역 경략과 역대 중국 정권에 의한 서역의 흡수. 역사는 그렇게 숨가쁘게 흘러 21세기로 왔다. 하지만 슈멕을 찾는 저 주름진 손길과 어둠 속으로 사라진 여인의 유쾌한 출몰은 그때에도 지금도 여전하다. 어둠 뒤에 반드시 빛이 존재하고 빛 뒤에는 또 다시 어둠이 도래하듯이. 



▶실크로드 기차여행 

비행기로는 육로로 이뤄진 실크로드의 참맛을 즐기기 힘들다. 용감무쌍한 젊은 배낭족이 아니라면 짐칸처럼 복잡한 버스 여행도 어렵다. 편리함과 여행의 묘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바로 열차 여행이다. 북경이든 서안이든 어디서 출발을 하든, 열차를 이용하면 사막의 쓸쓸함과 만년설의 장대함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일일이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을 검색하면 중국 열차여행에 관한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부드러운 침대칸 특급(軟臥快車)’을 이용하면 잠자리도 편안하다. 


참고로 기자가 이용한 열차는 ‘중국동방쾌차(China Orient Express)’라는 프로그램이었다. 60명 이상 단체에게 전세를 내주는 일종의 고급 크루즈다. 2인용 침실칸에 식당칸과 바(Bar)가 붙어 있다. 각 객차마다 남녀 승무원이 동승한다. 일본에서는 연전에 한국에서도 방송된 다큐멘터리 ‘실크로드’덕에 이 상품이 활성화 돼 있다. 기자 역시 이 일본 여행사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다음은 중국 북경에 있는 본사 연락처.


China Railexpress Travel Service,전화 (86)1068530669, 팩스(86)1063240986,이메일 CRTS@public.fhnet.c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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