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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기괴한 소금계곡...사막의 옛왕국 쿠차

송화강 | 2015.08.02 17:49 | 조회 1975 | 추천 0

기괴한 소금계곡...사막의 옛왕국 쿠차 





“왕궁의 장려함은 신의 거처와 같고, 외성은 장안성과 흡사하며 집들은 장려하다.” “군대가 대대적으로 집결된 곳이다. 절도 많고 승려도 많다.” 중국 역사책과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전하는 옛 쿠차국 풍경이다. 그런데 취재수첩에는 “미루나무가 하늘을 찌르는 황톳길을 지나고 있다. 거위, 오리, 양, 염소, 트럭, 당나귀 마차와 사람들이 먼지를 함께 마신다”라고 적혀 있다. 천산산맥과 타클라마칸사막 틈을 가로질러 닿은 쿠차의 인상은 그러했다. 




사진설명 : ◇화가 한락연(1898~1947)



고구려가 망한 뒤 그 유민의 후예 고선지는 이곳 안서도호부 절도사가 되어 서역을 호령했다. 그 도호부 성터 역시 모두 흙으로 변해 현지 가이드도 쉽게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극과 극은 통하는 법. 황량함이 극에 달하면 화려함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쇠락한 도시에서 깨달았다. 


이른 아침, 간밤을 온수도 변변히 나오지 않는 호텔 방에서 보낸 사람들은 작은 버스를 타고 소금계곡(염수계곡)으로 향했다. 날은 우중충했고 추웠다. 사막에서 우리를 따라왔던 거대한 흙덩어리(토괴)들이 다시 도로 양편으로 솟았다. 깊게 주름이 패인 흙덩어리들은 모두 회색이다. 노루 한 마리가 봉우리 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세상에, 노루라니! 가이드는 노루도 있고 낙타는 더 많다고 했다. 척박한 환경에 적응해 그들은 사막의 짠 물을 마시고 날카로운 가시풀을 먹고 산다고 했다. 


흙덩어리들이 점차 높아지고 톱니처럼 날카롭게 변해갔다. 노루에 놀란 사람들은 점점 기괴해져 가는 풍경을 스치며 다시 놀라기 시작했다. 버스가 멎었다. “소금계곡입니다. 30분 정차하겠습니다.” 사람들은 버스 밖으로 튕겨나갔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이방인들이 입고 있는 때깔 고운 나들이옷을 빼면, 하늘까지 우중충한 그 아침, 세상 모든 것이 회색이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그 하늘을 찔러 피투성이로 만들려는 듯, 창처럼 날카롭고 상어 이빨처럼 무시무시한 예봉의 연속이었다. 예봉의 앞자락 뒤로 또 예봉들이 도열하고 그 뒤 안개는 또 다시 창과 이빨들이 득실거렸다. 거기에 강 바닥까지 물 대신 소금이 배어나와 하얗게 변해 있으니, 잿빛 가득한 그 풍경은 기기묘묘, 황당무계, 이해불능했고 별세상에 상륙한 사람들은 야단법석, 우왕좌왕,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 지구상에 요괴들의 소굴이 있다면 틀림없이 이곳이다. 황량함의 극단이 이렇게 전면적이고 충격적인 모습으로 변신한 것이다. 현장법사 역시 천축행 바쁜 걸음을 우회해 이곳을 완상했다고 했다. 가이드의 재촉에 사람들은 아쉬움을 삼키며 버스에 올랐고 버스는 키질석굴로 향했다. 요괴들은 우리들을 15㎞나 더 쫓아왔다. 


키질석굴은 돈황석굴에 앞서 서기 4세기부터 조성된 불교 석굴이다. 하지만 이슬람세력과 20세기 초 서구 탐험대들이 1000년의 시차를 두고 파괴해 거의 껍데기만 남아 있다. 조금 남은 그리스와 간다라양식 벽화들은 서역 미술 연구에 중요한 자료다. 아, 그런데 어둠만 남은 그 석굴 속에서 ‘한락연’ 이름 석 자를 발견했을 때의 가슴 뭉클함이란! 


화가 한락연(1898~1947). 길림성 용정 생. 조선족. 상해예술전문학교 및 파리 루브르예술학원 졸업. 30년대 귀국 후 서역 예술 조사작업에 몰두. 1947년 7월 30일 키질 석굴 조사 후 우루무치를 거쳐 집이 있는 난주로 돌아오다 비행기 사고로 사망. 


석굴 한쪽 벽에는 그가 남긴 글귀와 그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그는 이곳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동료들과 함께 석굴 조사를 수행했다. 석굴 연구소장은 “‘한락연’이 아니라 ‘한루오란’”이라고 정정했지만, 그런게 어딨나. 4000㎞를 달려와 대면한 그의 이름은 한루오란이 아니라 한·락·연이다. 하지만 사전허가가 없었기에 촬영은 금지됐다. 낙심해 있는 나에게 누군가가 다가와 허가를 내줬다. 동행했던 일본 와세다대학 실크로드조사연구소 소장 오카우치 교수가 협상을 대신해줬다고 했다. 그에게 감사한다. 1993년 북경에서 한락연 유작전이 열렸다. 


한락연을 만났다는 뿌듯함을 안고 소금계곡을 돌아나왔다. 버스는 거위, 오리, 양, 염소, 트럭, 당나귀 마차와 사람들이 함께 먼지를 마시는 도시로 돌아가 청진사에 멎었다. 중국화된 이슬람사원이다. 맑은 눈망울의 아이들이 사원 앞에서 놀다가 이방인들을 반겼다. 골목에는 당나귀 마차가 지나고, 옆에는 위구르인들의 주식 ‘난’(납작한 밀빵) 만들기가 한창이다. 이방인에 둘러싸인 사람들은 까르륵 웃어댔다. 우리들도 따라 웃었다. 


그들의 일상을 한참 바라보다가 사람들은 도심을 벗어나 사막 반대편으로 갔다. 또 하나의 옛 성터, 스바시 고성이다. 사람들은 폐허가 된 성터에서 그릇 파편을 찾아 헤매며 석양을 맞았다. 하루 종일 혼자서 사막을 지키던 양치기가 이방인을 반가이 맞이해 줬다. 그렇게 쿠차의 하늘이 저물었다. 자연에 대한, 문화에 대한, 그리고 역사와 치열한 삶에 대한 겸허를 가르쳐준 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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