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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눈 시린 반달이 천산에 솟다...천산산맥

송화강 | 2015.08.02 17:48 | 조회 1814 | 추천 0

눈 시린 반달이 천산에 솟다...천산산맥 



아침 8시5분, 투르판을 출발한 열차는 13시간을 달려 쿠차(고차)로 갔다. “오늘은 하루종일 사막 속을 달릴 예정”이라는 말에 우리는 안도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날 사람들은 하루종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우왕좌왕, 말 그대로 열차 왼쪽과 오른쪽을 정신없이 오가며 사진을 찍어댔다.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데, 열차 바깥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며 유혹하는 것이다. 이리와, 이번엔 오른쪽 창문이야, 30초만 기다려, 이번엔 왼쪽 창문, 다음엔 뒤쪽, 다시 오른쪽…. 우리는 녹초가 됐다. 


투르판을 떠난 열차가 거대한 투르판 분지로 접어들었다. 사방이 지평선이다. 식당칸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소리쳤다. “저기 해 뜬다!” 사막에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검은 실루엣으로 누워 있던 사막이 갑자기 보석을 뿌린 듯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걸로 아침식사는 중단됐고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열차 복도로 튀어나가 창문을 열고 카메라를 내밀었다. 간신히 물줄기를 남겨놓은 사막의 강이 번뜩였다. 건조하다 못해 소금기를 하얗게 드러낸 사막, 온통 태양이었다. 그 곁으로 무덤 하나가 스쳐갔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하는, 노래 ‘아침이슬’ 대목이 떠올랐다. 그래, 저걸 바로 붉게 타오르는 묘지라 하는게야. 아무런 인적이 없는 그 막막한 사막에 비석 세운 무덤이 앉아 있는 것이다. 


투르판에서 카쉬가르까지 천산산맥과 타클라마칸(Taklamakan·‘살아 돌아올 수 없는 땅’이라는 뜻이다) 사막 사이에 놓인 이 길을 천산남로라 한다. 로마제국과 대당제국을 동서로 이은 가장 번화한 길이었다. 로마인들은 동쪽에서 온 비단에 열광했다. 나른하게 육체의 곡선을 드러내는 이 옷감을 위해 로마인들은 상인들을 동쪽으로 보냈다. 상인들은 또 서방의 미희들과 유리잔과 준마를 장안성 귀족들에게 안기고 비단을 가져갔다. 하지만 소그드인이라 불렸던 이들 상인은 철저하게 중개무역 원칙을 지켰기에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양쪽 어디도 비단과 유리잔의 출처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돈을 위해 이 험난한 길을 오가다 아무도 몰래 죽은 이 또한 적지 않았으니 저 무덤의 주인은 그래도 행복한 편 아닌가. 


사람들이 다시 소리쳤다. “산이다!” 태양빛에서 붉은 기가 가실 무렵 열차 오른편에 천산산맥이 나타났다. 발 아래엔 막막한 사막이, 코 앞에는 새하얀 산줄기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글로는 그 감동을 형언할 수가 없다. 사막 일출의 흥분에 천산산맥의 흥분까지 겹친 사람들을 태우고 열차는 서서히 방향을 틀어 산맥을 기어올랐다. 열차는 지그재그를 거듭하며 산기슭을 올랐다. 천산을 오르기 위해 기계 역시 우왕좌왕을 하는 것이다. 기계가 이 정도이거늘, 옛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여 사막 이름도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땅’이었다. 천산과 살아 올 수 없는 땅 사이에 뚫린 선로도 놀랍거니와 그 선로를 뚫어낸 중국 인민해방군의 노력도 놀라웠다. 


갑자기 깜깜한 암흑천지. 무려 6분이나 계속된 터널을 나왔을 때, 우리는 푸르다 못해 검푸른 하늘 위로 나와 있었다. 양떼가 초원을 뒤덮었고 풀어놓은 말들이 한가롭다. 마치 연출이라도 한 듯, 이번엔 큼직한 달이 둥실 떠올랐다. 상상해 보시길. 사막과 태양과 천산과 양떼와 말떼와 가끔 나타났다 사라지는 강물과 푸른 하늘. 그 풍광이 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이어졌으니. 가이드는 이 척박한 땅이 5월과 6월이면 푸른 초원과 샛노란 꽃으로 뒤덮인다고 했다. 열차는 해발 1450m 성원역을 지나고 국광역을 지났다. 해발 1780m 고개마루를 끝으로 상승은 끝났다. 개도하라는 강이 흘렀다. 기차 역시 엔진을 세우고 휴식했다. 우리는 거짓말처럼 반짝이는 사막과 거짓말처럼 새하얀 만년설 틈을 지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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