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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장안성 곳곳에는 권력의 흔적들이...

송화강 | 2015.08.02 17:47 | 조회 1194 | 추천 0


장안성 곳곳에는 권력의 흔적들이...

서역으로 가는 문 서안...현장, 대안탑, 그리고 두보

 


1160㎞ 동쪽 북경에서 열차가 떠난 지 14시간 만에 서안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싸구려 봉제 낙타인형과 열쇠고리를 주렁주렁 매단 중화인민공화국 상인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고도 서안 역 개찰구를 빠져나갔다. 세월은 왕국에서 공화국으로 유구히 흘렀지만 눈앞을 가로막은 장안 성곽은 변함없다. 나비넥타이 가운데 토막처럼, 동서 양쪽 문물이 이곳에 모여 반대쪽으로 흘러가곤 했던 세계제국 당나라의 수도요, 서역로 가는 제1관문이다. 


역 앞에서 이방 방문객들을 집어삼킨 버스는 장안성 북문 안달문 앞에 사람들을 토해냈다. 자본주의의 꿀맛을 배운 공화국 인민들의 영접에 지쳐 있던 사람들은 소녀들이 추는 화려한 당무 앞에서 비로소 자신들이 장안에 무사히 도달했음을 실감했다. 


장안에 내린 가을 위로 비가 덧뿌렸다. 의식을 마친 소녀들은 추위를 두 팔로 쫓으며 성곽 뒤로 사라졌다. 성곽 뒤에는 걸인 하나가 하늘을 덮고 누워 있다. 2500년 전 서역 왕국 태자 싯달타가 그러했듯, 629년 현장법사 또한 걸인이 빠져 있는 고해를 보며 서쪽으로 걸음을 옮겼을 터. 저 중늙은이는 걸인으로 둔갑한 성자임이 분명하다. 


수많은 동쪽 젊은이들이 달마의 고향 서쪽으로 떠났다. 당, 신라, 왜…. 청년들은 배낭족들처럼 이곳 서안에 모여 정보를 나누고 사막으로 떠났고 용케 살아남은 자들은 서역 천축에서 재회하곤 했다. 신라 화랑 혜초가 승려가 되어 서역을 향해 첫 발을 내디뎠을 때 그는 16세였다. 21세기 대한민국 10대들이여 들으시게, 혜초는 16세였다. 


현장이 수레에 경전을 싣고 환국했다. 왕실은 16년 전 치안부재를 이유로 ‘서역행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잊었다. 왕실은 그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며 대안탑을 세웠다. 탑은 성 동쪽 끝에 우뚝 서서 이정표 역할을 한다. 탑이 서 있는 자은사는 관광사찰로 변했다. 하지만 촛불과 향은 예전과 변함없이 붉은 신심을 태운다. 미치광이가 대본을 쓰고 바보 천치가 연출한 인류 최대의 문명 파괴극, 문화혁명도 그 신심은 파괴하지 못했다. 홍위병의 눈을 피해 여인들은 인민복 소매자락 속에 붉은 비단옷을 감추며 탑 아래로 모여들곤 했다. 서안 성곽은 둘레 17㎞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직사각형이다. 대안탑은 그 방형 내부 어디에서나 보일 정도로 거대하다. 비상하는 기러기처럼 탑은 1300년 세월 동안 서안에서 벌어진 역사를 굽어본다. 


문득 두보(712∼770)가 나타났다. 안타깝게도 왕은 못 가에서 술을 마시고 날마다 곤륜산에서 잔치를 벌이네 석재요지음 일안곤륜구- ‘친구들과 자은사탑에 올라(동제공등자은사탑)’에서 그래, 아까부터 기억나지 않던 사내, 바로 두보였다. 서안 역전을 가득 메운 잡상인들, 성곽 아래 쓰러져 있던 중늙은이 거지, 버스 끝까지 쫓아와 모조품을 내밀던 여인…. 보름달이 뜨면 권력자들은 포도주잔을 부딪치며 반라의 서역 무희들을 감상했다. 시인은 그럴 때면 광채를 피해 장안성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개혁의 꿈을 꾸곤 했다. 


버스는 성을 나왔다. 구법승과 상인들은 서문으로 나갔지만 나는 시인의 꿈을 좇아 동쪽 위수 평원을 가로지른다. “타고난 미모를 스스로도 감출 수 없었던(천생여질난자기)” 양귀비(719∼756)가 놀던 화청지로 가는 길이다. 멀리 공단 굴뚝에서 흰 연기가 솟아올랐다. 길은 무척 넓었다. 버스 운전사는 운전 솜씨를 자랑하듯 거칠게 차를 몰았다. 사람들은 손잡이를 부여잡고서 비명을 삼켰다. “수술은 잘됐는데 환자가 죽었다”는 돌팔이 외과의사의 변명이 떠올랐다. 도착과 동시에 우리는 길고 긴 안식의 한숨을 내쉬었다. 운전도 잘했고 다친 사람도 없었다. 다행이었다. 어느 겨울날 두보도 화청지를 지나며 한숨을 토해냈다. 


안달문 아래 소녀들처럼, 소녀 양옥환도 앳되게 자라나 평범하게 살아 평범하게 삶을 마쳤어야 옳았다. 하나 시아버지 현종이 그녀를 18번째 아들에게서 빼앗으면서 운명은 바뀌었다. 왕은 농염하게 성장한 며느리를 여산 화청지 온천으로 끌어들였고, 그녀도 시아버지도 세계제국 당도 쇠락해갔다. 


그 겨울날 두보는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벌이는 음탕한 유희를 엿보며 화청지를 지나쳐 고향 봉선으로 향했다. 어렵게 도착한 집에서 터진 곡소리. 돌이 채 안된 아들이 굶어 죽은 것이다. 분노의 시가 나왔다. 

  

붉은 대문 안에는 술과 고기 냄새 가득한데 거리에는 얼어 죽은 시체들이 나뒹구누나 

 ―‘서울에서 봉선으로 가며 읊은 500자 감회'에서 

  

얼마 못 가서 왕은 반란군의 협박에 애인을 희디 흰 비단 끈에 목매달아 버렸다. 봉분 흙을 긁어 얼굴에 발라대는 후대 추녀들 주책을 보다 못해 사람들은 무덤을 벽돌로 덧씌워 버렸다. 


화청지는 1936년 12월 모택동과의 항일 국공합작을 어긴 국민당 총통 장개석이 이곳에서 군벌 장학량에게 감금 당하면서 다시 역사 속으로 돌아왔다. 2000년 11월 화청지는 케이블카 공사가 한창이다. 젖가슴 드러낸 양귀비 동상만 연못에 서 있다. 여산은 서안 최대 위락지가 됐다. 1300년 전과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그 화려하되 헛된 화의 흔적을 보며 다시 버스에 올랐고 버스는 요동을 치며 진시황릉으로 달려갔다. 황릉에 서서 사람들은 규모에, 그 정교함에, 황제의 얼토당토 않는 집착에 세 번 놀랐다. 

  

1974년 3월 29일 양쯔파(양지발)라는 농부가 가뭄에 신음하는 대지 위로 곡괭이를 내려찍었다. 곡괭이는 흙으로 빚은 사람 머리와 부딪치며 책에만 전해오던 진시황릉 발굴의 서곡이 됐다. 황릉을 지키던 흙인형, 「병용」 6000명이 발굴됐다. 진시황 사후 3년에 초패왕 항우가 불지른 이래 두번째 출현이었다. 훗날 많은 도굴꾼들이 극형에 처해지면서 “사람 대가리 흙 대가리만 못하다”라는 말이 돌아다녔다. 병사들이 들고 있던 창과 검과 방패는 항우가 모조리 전리품으로 가져갔다. 무장해제된 병사들은 멍청하게 허공을 응시한다. 지하 아방궁은 불탔다. 당신의 유택은 당신이 그리 경멸했던 서역의 과실 석류밭이 포위했다. 황제여, 영원할 줄 알았지. 잠시 잊고 있던 권력자의 그릇된 사랑과 양귀비의 잘못된 사랑이 기억났고 지친 시인의 지독한 피곤이 기억났다. 기억은 현장이 간 길을 따라 돈황으로 향하는 열차 속까지 따라왔다. 지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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