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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서역에서 만난 사람들

송화강 | 2015.08.02 17:47 | 조회 1260 | 추천 0


[실크로드] 서역에서 만난 사람들 





서울역에서 경의선을 타면 개성을 지나고 평양을 지나 신의주를 거쳐 북경으로 연결됩니다.북경에서 서안으로 서안에서 돈황으로 투르판으로 쿠차로 카쉬가르로 ….열차는 사막을 횡단하고 산맥을 넘은 뒤 대륙으로 유럽으로 향합니다.그곳에 실크로드라 불리는 전설의 공간이 있습니다. 전설의 흔적을 간직한 풍광과 역사, 삶의 모습과 옛 이야기를 들어보십시 오.매주 목요일 이 지면을 통해 그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사진설명 : ◇열차가 함겹게 천산산맥(天山山脈)을 넘는다. 그 옛날 구법승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건너던 길이었다. 전설시대와 역사시대를 잇는 길, 실크로드로 열차가 달려간다. 


북경에서 기차를 타고 만년설을 뒤집어쓴 천산산맥을 넘어 5000 ㎞를 달려가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이름은 아이튀르순(Aytursun).‘달이여 멈추시게 ’라는 뜻이라 했다. “한자로 어떻게 쓰시는지.” “…나는 위구르, 서역(西域)의 여인.”그녀는 한자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녀가 사는 쿠차(庫車)에는 고구려 유민 고선지(高仙芝)가 살았다. 그는 당나라 안서도호부 도독이었다. 실은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북경의 한 공예품점이었다. 한 여장(女匠)의 손에서 그녀는 법랑으로, 구리사(絲)로 치장하며 물끄러미, 허나 무척 요염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그리도 아름다웠는지! 그리고 그녀와 작별하고 나는 서역으로 갔다. 아득한 옛날 구법승과 상인들이 앞서 죽은 자의 해골을 이정표 삼아 발걸음을 재촉했던 그 길이었다.나는 길목 길목에서 그녀를 닮은 여인을 만나고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현장법사와 세 제자가 지나간 ‘소금의 계곡 ’을 지나 천불동 석굴로 갔다. 그녀는 이를 키질(Kyzil)석굴이라 불렀다.“누가 만들었는지. ”아이튀르순은 “당연히 우리 위구르 ”라 대답했다. 세계사에는 키질석굴 벽화예술이 중국인 소산이라 적혀 있다. 풀 한 포기 없는 석굴 앞 초르타크(Chortaq ·‘아무것도 없다 ’는 뜻이다)산이 하도 붉기에 서역인들은 석굴에 ‘붉은(키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늘은 무척 흐렸고, 나는 그 석굴 속에서 조선족 화가 한락연(韓樂然)을 기리는 공간을 봤다. 20 세기 초 서구 열강들이 곤충채집하듯 벽화를 뜯어가버려 폐허로 변한 키질, 그 석굴을 소중히 보살피던 사내였다. 화가가 석굴 조사를 끝내고 올라탄 비행기는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추락했다. 47 세였다. 사내에 대해서는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동굴 연구소에서는 한 컷당 촬영허가료가 2만원이라 했다. 2만원? 이게 어떤 만남이었는데! 2 만원이 아니라 200만원이라도 아깝지 않았다. 


투르판에서 쿠차로 오기까지는 기차로 14시간이 걸렸다. 북쪽으로는 천산산맥이, 남쪽으로는 타클라마칸 사막이 줄곳 나를 서역으로 이끌었다. 오아시스를 떠난 새가 태양 속으로 날아갔다.그 아래 누군가 비석을 세워준 무덤이 기차를 스쳐갔다. 기차는 힘겹게 산맥을 넘었다. 


투르판에는 화염산이 있다. 손오공이 파초선으로 산불을 끈 뒤로 산은 더 이상 타오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1 년 강수량이 20 ㎜라는 그곳에 비가 내렸다. 화염산 아래에는 현장법사가 천축국으로 가기 전 석 달을 유숙한 고창고성(高昌故城)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아니,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옛 성터가 있었다. 매표소 앞에서 누군가가 인공위성 정보를 받아 위치를 측정하는 ‘최첨단 ’지리측정기(GPS ·Geographic positioning system)를 꺼냈다. 30초 만에 손바닥만한 기계와 대기권 밖 인공위성 사이에 교신이 이뤄졌다. 


‘해발 —58m ’. 투르판은 바다보다 더 낮은 땅이었던 것이다! 일행은 그날 밤 ‘해저 ’에서 포도주를 마셨다. 이슬람교의 땅이지만 “메카(Mecca)에서 워낙 멀어서 ”엄한 금주의 율법은 잊혀진지 오래라 했다. 나는 허공을 향해 잔을 부딪치며 돈황에서 작별한 그녀와 한 사내를 떠올렸다. 


명사산(鳴沙山). 큰 소리로 울어댄다는 그 모래산 아래 돈황 석굴 어둠 속이었다. 그때 그녀 이름은 관세음보살. 그녀는 서역 예술의 꽃 막고굴 47호굴 어둠 속에서 웃고 있었다. ‘!’ 나는 어둠이 빛나는 기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나는 그 어둠과 광채를 향해 경배를 하고 모래가 바스락거리며 날고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갔다. 보살이 여자였든, 남자였든 개의치 않는다. 


사막 —. 먼 옛날 숱한 족속들이 세(勢)를 다퉜던 서역의 땅이다. 마지막 승자는 한족(漢族)이었고 그 패자는 위구르였다. 하여 지금 한족이 ‘위구르 자치구 ’라 이름한 이 척박한 땅에서 위구르인들이 산다. “위구르는 어머니가 낳고 한족은 기차가 낳는다.”자고 나면 불어나 있는 한족들을 위구르인들은 그리 비웃었다. 


그들이 몽고인들과 섞여 사는 우루무치에서는 산에 올랐다. 산 이름은 보그다이(博格達), 정상에는 호수가 하나 있었고 이름은 천지(天池)였다. 앞서 보그다이에 올랐던 적지 않은 한국인들은 호수 앞에서 ‘박달 ’과 백두산 천지를 떠올리곤 했다. 나 역시. * * * 함께 여행했던 일본인 도미타(73)씨는 ‘경성’태생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남대문소학교를 나와 경동고등학교를 1회로 졸업했다. 나는 이 노신사와 함께 사막으로, 오아시스로, 만년설로 이어진 전설 시대를 산책했다. 며칠 전 그가 이메일을 보냈다. “5000 ㎞에 10만보가 넘는 여행, ‘두번 다시 경험 못할 ’여행에 朴상이 함께 해 감사드립니다.” 


여행 끝무렵에서야 나는 도미타씨가 임파선암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치 ·유 ·불 ·가 ·능. 그제서야 나는 그가 고향 호숫가에서 만난 아내와 함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여행을 떠난 사실을 알았다. 서역으로, 실크로드로. 이메일에 도미타씨가 덧붙였다. “재회할 수 있다면 저로서는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재회할 수 있다면,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돈황에 화가가 살고 있었다. 서른 여덟 먹은 서용(徐勇), 알고봤더니 고등학교 2년 선배였다. 고비와 타클라마칸, 두 사막의 접경지인 돈황 노천주점에서 선배와 후배는 양고기 꼬치에 독주를 퍼마셨다. 후배가 물었다. “가욕관(만리장성의 서쪽 끝이다)고분 벽화가 고구려 고분 수렵도와 똑같았어요.” 있잖은가, 말 달리며 뒤편 짐승에게 활을 겨누는. ‘....’ 


취한 선배는 취한 후배의 추궁에 그게 돈황이 자기를 부른 이유였다고 했다. 서용, 이 사내는 고구려 벽화의 비밀을 풀기 위해 서쪽으로 흘러들어 돈황 모래바람을 맞는다. 


그렇게 바스락 바스락 환(幻)이 잉태되고 있었다. 서안(西安) 진시황릉 깊은 지하세계를 퀭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젊은 병사들의, 보름달처럼 막고굴 어둠을 밝히던 관세음보살의, 마지막 여행을 떠난 노인의, 위 구르임을 자부하는 서역 여인 아타르튀손, 그리고 신라승 혜초가 걸어온 사막의 환(幻)과 사막의 석양을 짊어지고 이방인을 응시하던 양치기의 실루엣과 젊은 화가 서용이 품고 있는 근원에 대한 몽환(夢幻)까지. 참으로 질긴 몽환인지라 여지껏 나는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여 이리도 황망한 마음으로 하늘을 본다. 그 하늘, 그 몽환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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